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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친밀한 이방인, 소설리뷰 (드라마 안나 원작, 정한아 장편 소설)

친밀한 이방인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이래 서정적인 문체로 동세대 인간 군상의 생을 연민하고 긍정해온 소설가 정한아의 세 번째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 한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을 훔친 비밀스러운 인물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이다. 우리 모두가 필연적으로 속해 있지만 대개는 불완전한 형태일 수밖에 없는 가족이라는 틀에 대해 오랜 시간 사유해온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그 천착의 결과를 미스터리 서사로 풀어내는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칠 년 동안이나 소설을 쓰지 못한 소설가 ‘나’는 어느 날 신문에서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어떤 소설의 일부가 실려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충격에 빠진다. 그 소설은 ‘나’가 데뷔하기 전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으로, 공모전에서 낙선한 뒤로 까맣게 잊고 지내온 터였다. 신문사에 더이상 광고를 싣지 말라고 연락하자, 뜻밖의 인물이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육 개월 전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다는 여자, ‘진’이었다. 놀랍게도 ‘진’은 그녀의 남편이 광고 속의 소설을 쓴 작가로 행세했다고 말한다. 남편의 거짓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설가인 줄 알았던 남편이 사실은 여자였고, ‘진’을 만나기 전부터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는 것. 문제의 인물 ‘이유미’는 합격하지 못한 대학에서 교지 편집기자로 활동했고, 음대 근처에도 가본 적 없으면서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자격증 없이 의사로 활동했다. 또한 그녀는 각기 다른 세 남자의 부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았다. ‘나’는 점점 ‘이유미’가 살아온 삶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이유미’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면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할 수 있으리라 예감하는데…….
저자
정한아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7.10.13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 드라마 <안나> 중에서-

 

 
 

2022년 이맘때 즈음에 나왔던 드라마 <안나>의 원작 소설을 읽었다. 제목은 <친밀한 이방인>이다.
제목은 소설의 내용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어디에나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려고 하면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들킬까 멀리 떠나는 주인공 이유미의 삶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안봐서 모르겠는데 거짓말을 일삼는 주인공 '이유미'를핵심 요소로 가져왔고 스토리는 조금씩 바꾼 것 같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도 봐 볼 생각이다.간만에 출퇴근길에도 들고 다니며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한장을 넘기면 또 다음장이 빨리 궁금해졌다.

 
 

드라마 안나. '친밀한 이방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이유미는 소설 속에서 이유상이 되기도 하고 이안나가 되기도 하고 엠이 되기도 한다. 그녀가 처음 거짓말을 시작한 것은 입시에 실패하고부터다. 그녀는 누군가의 질문에 때론 웃음으로 답하고 때론 거짓으로 답하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겨왔다.
 
소설에서 시점은 주인공인 '이유미'가 아닌,
'이유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자 하는 소설가가 주인공이 된다.
소설가는 어느날 자신이 예전에 자비로 출판했던 <난파선>이라는 소설이 신문에 실리며
'이 소설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읽게 된다.
소설가는 신문에 글을 실은 사람과 마주하게 되고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유상이라는 남자가 <난파선>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하며 자기가 쓴 책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소설가는 이유상이라는 남자의 인생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끝없이 감추고 감추며 살아가는 거짓된 인생.
소설가는 그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이유미이자 이유상이자 이안나이자 엠의 인생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위 줄거리는 소설의 도입부 부분만 쓴 줄거리이다.
읽다보면 이유미의 쓰디쓴 인생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반전이 있는 스토리에 흥미진진해 하며 단숨에 읽게 된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도 소설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책 속 문장

 

삶의 유일한 정의로서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면 그것은 아이러니일 것이다. 

 

그녀는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자기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었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고 싶었다. 죄책감이나 후회 따위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녀가 품고 온 삶에 대한 증오, 그것이 전부였다.

 

나는 매력적인 사람은 믿지 않아요. 그 안에 뭘 숨기고 있는지 알 수가 없거든요.

 

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폐허가 된 길목에서.

 

오랜 시간 내가 간절히 바란 것은 오직 하나,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를 속일 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무대이며, 도처의 아름다운 사물들도 결국 소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가 동종의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나를 그녀에게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좀더 노력해 볼 수도 있었다.
(중략)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 모든 삶의 가능성을 단번에 잘라내고, 차라리 민둥산처럼 헐벗는 쪽을 택했다.
삶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것 말고는 처음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다시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엠, 그것이 제가 기억하는 유일한 이름이에요. 소설가이고, 러시아 선교사의 아들이며, 홀로 먼길을 걸어다니기를 좋아했던 미스테리어스 맨.

 


나 역시 누군가를 연기하며 살고 있지 않는가, 생각하며 읽었던 작품.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