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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청소년소설 / 마리오네트의 춤, 이금이 리뷰

 
마리오네트의 춤
“그 애가 사라졌다.” 한 아이가 사라지고, 이야기가 도착했다. 교무실 책상 위에 놓인 종이 묶음. 10309, 10312… 반 번호를 제목으로 내세운 아이들의 이야기 속엔 무단결석 중인 ‘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각기 다른 시선으로 펼쳐지는 봄이 이야기는 허풍과 과장에 가까워 믿기 힘들었다. 뚱뚱한 그 애의 몸을 보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프라하에서의 추억, 첫 키스와 고백, 잘생긴 대학생 남자 친구라니! 하지만 가슴속에선 자꾸만 진실을 향한 질문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봄이는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 줄에 매여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는 과연 누구일까? 그 애일까, 우리일까? [줄거리] 봄이가 무단결석을 한 지 나흘째 되던 날, 담임 선생님 책상 위엔 출처를 알 수 없는 종이 묶음이 놓여 있었다. 첫 장을 열자 “그 애가 사라졌다.”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반 번호를 제목으로 달고 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그 이야기들은 모두 ‘사라진 그 애’, 즉 봄이와 얽힌 것들이었다. 그 글들은 봄이가 결석하기까지 반 아이들과 봄이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과 감정,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미심쩍어하는 봄이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담임 선생님도 믿기 힘든 내용이다. 프라하에서의 추억, 잘생긴 대학생 남자 친구, 첫키스와 고백이라니! 몸에 맞는 교복이 없을 정도로 뚱뚱한 몸집을 가진 봄이에게 그런 일들이 정말 가능한 걸까? 편견과 배제, 상대적 우월감, 혐오 등 아이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그 심리의 표적이 된 봄이의 흔적을 역추적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
이금이
출판
밤티
출판일
2022.10.17

 



☞청소년 소설
로맨스, 일상
 집단괴롭힘/청소년 자율성
자유를 찾아 떠나는 소녀의 이야기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친구에 대한 시기 질투
 
소설 <너도 하늘말나리야>로 유명한 이금이 작가의 책을 읽었다. 사실 도서관에서 책꽂이에 있는 귀여운 일러스트 보고 끌려서 그냥 덥석 물어서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어서 3시간 안팎 걸려서 다 읽었다. 청소년 소설은 금방금방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봄이가 결석한 지 나흘째다.

 
반에서 봄이라는 아이가 사라지고 선생님은 봄이가 왜 결석한지 알아보고자 나선다. 반아이들은 모두 봄이의 행방을 모른다고한다. 집에 전화를 해보자 학교를 다녀야 하는 봄이를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체코로 여행을 간 상태. 담임인 슬기는 봄이의 행방을 의아해하던 중 자신의 교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글뭉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애가 사라졌다. 
첫문장은 그렇게 시작됐다. 수행평가 과제물이 아니었다.

 
담임인 슬기는 그 글뭉치를 읽기 시작하는데 읽으면서 이 내용이 진짜인지 소설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글 내용은 봄이가 아주 멋진 대학생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고, 고등학생인 반 친구들은 봄이의 러브스토리를 궁금해 하면서도 '너처럼 안예쁘고 통통한 애가 어떻게?'라는 식의 뉘앙스로 봄이를 무시하며 말한다. 아이들은 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봄이의 모든 러브스토리는 진짜였고 봄이의 반 친구인 혜나가 봄이의 남자친구 진하에게 과외를 받으며 '봄이에게 잘생긴 대학생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게 된다. 하지만 혜나는 봄이가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몰아가고 봄이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히며 학교를 결석하기 시작한다. 슬기는 책상 위에 있던 이야기는 모두 봄이가 쓴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봄이는 학교 밖으로 진하와 사라진 뒤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로 이야기는 끝난다.
 


마리오네트 인형. 조종사가 줄을 잡고 인형을 조종해서 인형극을 펼친다.

이금이 작가가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를 개정하면서 '마리오네트'라는 요소를 넣어 만든 소설 <마리오네트의 춤>. 마리오네트라는 요소가 자주 등장하며 이 작품 전반의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마리오네트 인형은 조종사가 움직여줘야만 움직일 수 있는 수동적인 인형이다. 마리오네트는 쳇바퀴처럼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고등학생 아이들을 상징한다. 아이들은 반대로 조종사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성적으로 우수함을 증명해야 하는 그들의 교사와 부모님 역시 마리오네트 인형이 된다.

내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 또한 나와의 관계에서는 을이다. 명문대 합격생 수로 위상이 정해지는 학교의 선생님들, 내 시험 결과에 밥줄이 달린 과외 샘들, 내 모든 걸 틀어쥔 것 같지만 엄마 또한 내 성적에 따라 엄마 역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경제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해 주는 아빠조차 내게는 을이다. 그들은 내 눈치를 보고 내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를 쓰며 내 성적에 나보다 더 목을 맨다.

 
하지만 마리오네트에 담긴 다른 의미도 있다. 집단의 특성으로 봤을 때 마리오네트는 모두 수동성을 지니고 있지만 인형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그들은 수동적이지만 각자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와, 대단하다. 그런데 똑같이 생긴 인형이 하나도 없네."
벽에 걸린 마리오네트들을 보며 그가 감탄했다.
"그렇지? 멀리서 보면 같아 보이는 것도 가까이에서 보면 다 달라. 일일이 손으로 만든 거라 다 각각의 개성이 있는 거 같아."

 

 


학벌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가는 지금, 아이들에게 '공부로 성공하라'는 말이 언제까지 유효성을 가지게 될지 모르겠다. 이 문제는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있었고,, 지금껏 있어왔고 당분간 계속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른들은 '공부'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해주고 또 아이들의 자율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온 혜나나 경서처럼 '나는 특별해', '나는 너네들과 달라'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싶어하면서도 다른 삶을 꿈꿔오는 친구들을 또 질투하고 시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
동생이 책을 읽고 '원조교제' 내용이 아니냐고 물었다. 고등학생이랑 대학생이 교제를 한다? 다소 문제가 되긴한다. 책에서 봄이와 진하는 아주 어릴때부터 알았던 사이고 초중등 시절부터 함께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는 묘사가 나오며 가족들끼리도 아주 친하다고 서술한다. 이 부분이 개연성이나 도덕적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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