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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책 리뷰,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안녕하세요! 파랑입니다 :)
오늘은 일본 소설 리뷰를 들고 왔어요. 일본 문학은 문체가 간결해서 읽기가 쉽습니다. 그러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안고 있는 소설들이 많아요.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입니다.

장편 소설은 아니고, 여러 개의 단편 소설을 모아 둔 책입니다. 테마는 '가족' 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가족에 대한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으로, 삶의 애환과 따뜻한 유머가 공존하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세계가 집대성된 결정적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담아내며 허황되지만은 않은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저자만의 온화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단편집이다. 유명 배우와 저명인사들만 관리했던 소문의 이발사. 이제 인적 드문 바닷가에서 커다란 거울에 푸른 바다가 가득 비치고, 손님을 위한 자리는 단 하나뿐인, 작지만 특별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한 청년이 찾아온다. 표제작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에서는 이처럼 신비로운 이발소를 배경으로 나이 든 이발사와 청년의 한때가 그려진다. 중요한 날을 앞두고 멀리서 찾아온 청년과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한 이발사가 간직하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 과거의 나날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표제작을 비롯한 여섯 개의 단편은 각기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딸을 잃고 죽은 듯 살다가 어떤 계기로 딸을 대신해 성인식에 참가하기로 결심한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성인식》, 집을 나와 바다를 찾아 모험을 떠난 초등학생 소녀와 비닐봉투를 쓴 기묘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반발해 친정에 갔다가 매일 밤 기묘한 문자를 받기 시작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멀리서 온 편지》 등의 작품에서 과거의 추억과 함께 앞으로의 희망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에게 휴식과 같은 감동과 추억을 선사한다.
저자
오기와라 히로시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일
2017.05.19

 



히가시노 게이고가 심사위원이었던 해의 나오키상 수상작입니다. 보통 단편 소설을 모아 둔 책은 어떤 편은 아쉽고, 어떤 편은 재밌는데 이 책은 모든 단편이 다 재미있고 뜻깊었습니다. 여운도 많이 남았어요. 
 
이 책에는 가족에게 상처받은 사람,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전부 좋은 단편들이지만 제가 가장 좋아했던 편은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와 <때가 없는 시계>입니다.
 

 


책속의 문장

죄송합니다. 괜한 걸 물었군요. 어떤 결단을 내렸거나, 마음을 바꾸려고 할 때 이발소에 간다는 분이 의외로 많으셔서요. 오랜 세월 이 장사를 하다 보니 절감하게 되더군요.
인생의 전기에 머리를 깎는 건 여자의 전매특허가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라는 걸 말이죠.
- 본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중에서-

 

주인이 내 머리에 손가락을 대고 머리를 뒤로 젖힌다. 거울 속의 수평선이 약간 내려가고, 창문 위에 걸린 벽시계가 보였다. 거울 속 시계는 좌우가 반대여서 오후 4시를 가리키는 짧은 바늘이 8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기운 햇살이 남색 바다에 금가루를 뿌리기 시작했다.
- 본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중에서-

 

손님도 혹시나 앞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면 아무쪼록 조심하세요. 사업이 제아무리 번창하든, 벽에 사훈이 아니라 초심을 거셔야 합니다. 그렇군요, 앞으로도 계속 혼자 꾸려갈 생각이시라고요. 그게 현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본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중에서-

 

이발소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통형 간판의 세 가지 색은 빨강이 동맥, 파랑이 정맥, 하양은 붕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내게 그걸 가르쳐준 사람은 어렸을 때 다녔던 이발소 아저씨였다. 그 옛날 유럽에서는, 이발사가 나쁜 피를 뽑아내서 몸을 치료하는 외과 의사이기도 했거든. 그러니까 그 표식이었던 거야.아저씨는 자신이 과거에 외과 의사였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을 좍 펴고 그렇게 말했다.

길가에 서 있는 이 가게의 원통형 간판에는 전원이 없어, 빨강과 파랑 혈관을 흐르는 피는 응고된 채 흐르지 않는다.
- 본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중에서-

 

자, 오늘도 블루한 하루가 시작되는 거야.

바다까지는 얼마나 될까. 지도를 가져왔으면 좋았겠지만, 아카네가 갖고 있는 어린이용 지도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테고, 게다가 지도가 있으면 모험이 될 수 없다.
- 본문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중에서-

 

"누구나 시곗바늘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죠."
(중략)
잠시 생각하고서 나는 노인에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런 생각 없습니다."
시곗바늘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던 팔락팔락 넘어가는 시계처럼.
- 본문 <때가 없는 시계> 중에서-

 


최근 회사를 다니면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은 기억이 없는데요. 책을 읽고 나니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대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따뜻하고 읽기 쉬운 소설책,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을 때 읽을 만한 책을 찾고 계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비슷한 느낌의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추리적인 향기와 깊이를 잃지 않는 명작,『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책은 2012년 출간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다.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이 이야기에는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떠올랐던 살인 사건이나 명탐정 캐릭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퍼즐을 맞추어가는 듯한 치밀한 짜임새는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명불허전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감동을 자아내 작가의 고정 독자를 충분히 매료시킨다. 이 이야기에는 살인 사건도 민완 형사도 없다. 범죄자의 컴컴한 악의 대신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있고, 모든 세대를 뭉클한 감동에 빠뜨리는 기적에 대한 완벽한 구성이 있다. - 옮긴이 양윤옥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현대문학
출판일
2012.12.19

 

 
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의 푸드 에세이『부드러운 양상추』. 저자의 일상, 그리고 그 일상과 함께하는 음식들에 관해서 잔잔하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가 좋아하는 음식에 얽힌 사연과 추억, 풍경 그리고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40개의 에세이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자신이 어떤 음식을, 혹은 어떤 재료를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그때 누구와 함께 있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에 관해 하루하루 일기를 써내려가듯 조곤조곤 털어놓는다. 달콤하고 따끈하고 깊은 맛이었지만 조금은 쓸쓸한 맛도 나는 따뜻한 주스, 맑게 갠 겨울날 점심에 딱 어울리는, 그야말로 천국의 맛이 나는 컵라면, 친절한 과일 비파, 테플론 코팅이 안 된 프라이팬으로 굽는 계란 프라이에 대한 예찬까지 사랑스러운 나날들과 맛있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저마다 자신을 기운 나게 해주는 자기만의 음식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
출판
소담출판사
출판일
201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