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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슬픈인간 , 일본 에세이 리뷰 / 나쓰메 소세키, 미야자와 겐지, 다자이 오사무, 하야시 후미코, 요사노 아키코 등

안녕하세요! 파랑입니다.

직장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포스팅을 잘 못하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포스팅을 해야겠어요 :)

 

오늘은 최근 읽은 일본 에세이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목은 <슬픈 인간>.

 
슬픈 인간(봄날의책 세계산문선)
영미 작가들의 아름다운 산문들을 채집한 《천천히, 스미는》의 일본 문학 버전 『슬픈 인간』.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하야시 후미코 등 일본 근현대 작가 26명, 41편의 산문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근대 이후 풍요로운 낭만과 지성이 꽃핀 시기의 정신을 이어받는 작품부터, 전쟁과 가난과 차별과 청춘 등 각종 파란 속 우울과 자포자기 가운데 치열하게 각자의 삶을 살다간 인간의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을 엮고 옮긴 정수윤은 길게는 백 년 넘게, 짧게는 오십 년 가까이 긴 낮과 밤에서 살아남은 작가들의 힘을 빌리고자 그들의 산문을 고르며 몇 번의 계절을 보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본에서 제일 큰 도서관인 국립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흙 묻은 원석 같은 산문들을 차곡차곡 쌓고 지난한 선별과정 끝에 고르고 고른 작품들을 번역해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저자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기타야마 히로코, 하야시 후미코, 하라 다미키
출판
봄날의책
출판일
2017.12.04

 


일본에서 유명한 소설가들이 쓴 짧은 분량의 산문들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나쓰메 소세키부터 미야자와 겐지, 모리 오가이,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 문학을 즐겨 읽으신 분들이라면 친숙한 작가들의 글이 모여 있습니다. <슬픈 인간>이라는 제목 답게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의 이야기들이 모아져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감정 소모가 심할 정도의 슬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그야 말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산문들입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져있지만 읽는 순서는 상관 없습니다.


가장 자주 나오는 주제는 '고독'인 것 같습니다. 고독하다고 해서 외롭다거나, 슬프다고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고독을 자기 나름대로 잘 풀어내는 작가들의 이야기들이 잘 담겨 있습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갔는데 번역도 매끄러워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술술 읽었습니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싫어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책속의 문장
 

용감해지렴. 용기야말로 생명의 열쇠니까. 결코 자신을 비하하지 마. 너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언제나 당당히 기억하기를. 
고우야, 외롭니. 고독은 너와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운명이란다. 건강하렴.

너의 친구로부터

추신. 너에게 일본의 개다래나무를 조금 보내마.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 본문 <고우야, 외롭니> 중에서(오카쿠라 덴신)-

 

직업을 갖고 싶다고 바라고 있는데 바라고 바라면 생각지도 못한 길이 열리는 것 같다. 나는 내내 잊고 있던 언덕 위의 장미 주인을 다시금 떠올렸다. 장미 꽃을 잘라, 봉오리 하나를 자르고 두 개를 잘라, 작은 이익과 작은 손실을 쌓고 쌓아 나의 새로운 일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 본문 <다섯 송이 장미> 중에서(가타야마 히로코)-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을 바라볼 때 많은 경우 그 이력을, 그 훈장을, 그 업적을, 그 재능을, 그 사상을, 그 주장을, 그 도덕을, 그 기질, 혹은 그 성격을 본다.
조각가는 우선 이런 것을 제거한다. 뗄 수 있는 건 마지막까지 다 떼내고 맨 뒤에 남은 것을 움켜쥐고자 한다. 거기까지 파고들지 않는 한, 그대를 그대라 여기지 않는다.
(중략)
그러나 옷을 많이 입건 적게 입건 사실 그런 건 상관이 없을 만큼, 결국 인간은 다 드러난다. 가치를 초월한 곳에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조각가는 이 무가치에 닿기를 원한다.
- 본문 <촉각의 세계> 중에서(다카무라 고타로)-

 

쇠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쇠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요.
- 본문 <쇠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에서(미야자와 겐지) -

 

예술가란 언제나 약자의 벗이어야 하거늘.
- 본문 <아, 가을> 중에서(다자이 오사무)-

 

중요한 것은 통나무를 나르고, 벽을 칠하고, 대리석을 조각하는 '힘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들레르도 별것 아냐. 세련된 게으름뱅이였지"라고 해도 저는 받아칠 말이 없습니다.

죽기 전에 온 힘을 다해 땀을 흘려보고 싶습니다.
그날그날을 가득 채워 살 것.
(중략)
계획을 세웠습니다. (재능은 던져버리고!) 우리는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서, 우리의 길을 걸을 뿐입니다.
- 본문 <그날그날을 가득 채워 살 것> 중에서(다자이 오사무)-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 매료되어, 아무런 포즈도 취하지 않는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시심(詩心)을 예술의 신이시여, 제게 주소서.
저는 인간을 좋아합니다. 이곳저곳 항구를 떠돌며, 인간의 열기 속에서, 눈 내리는 날 강아지처럼 천진난만하게 구르고 싶습니다.
언제 제 생이 다할지 알 수 없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소박하고 순수하게 작업에 정진하고 싶습니다.
- 본문 <저는 인간을 좋아합니다> 중에서(하야시 후미코)-

 

여자가 남자를 경멸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남자가 여자를 경멸할 이유도 없습니다.
(중략)
여성작가가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남성 소설 모방하기를 그만두고, 세상에 여성스럽게 보이고자 하는 가식도 내팽개치고, 자신의 감정을 단련하며 자신의 관찰력을 예리하게 벼려 기탄없이 여성의 마음을 진실하게 털어놓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본문 <출산이야기> 중에서(요사노 아키코)-

 

고독은 천재의 특권이라 했던 쇼펜하우어마저 밤에는 아내를 벗 삼아 얘길 나눴다. 진정한 고독 생활이란 애초에 인간에게 불가능하다. 인간은 친구가 없으면 개나 새에게라도 말을 건다. 필경 인간이 고독한 것은 주위에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리라. 말하자면 천재의 특권이 아니라 비극이다.
- 본문 <나의 고독은 습관입니다> 중에서(하기와라 사쿠타로)-

 

이처럼 멍하니 생을 즐기다가 어느날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질 때가 있다. 그리하여 소리도 없이 구석에서 웅크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오래전 철없던 시절의 추억만이 유일한 위안이 된다. 추억은 우릴 내쫓지 않는 유일한 낙원이라는 장 파울의 말을 나는 언제나 의미심장하게 떠올린다.
(중략)
예술가가 난잡한 실생활 속에서 소재를 골라내 정교한 시를 짓듯이, 시간은 아무리 괴로운 경험도 아름다운 꿈으로 만든다. 시간은 위대한 예술가다.
- 본문 <실내여행> 중에서(이쿠타 슌게쓰)-

 

전차는 쌩하니 전속력으로 이곳을 지나쳐간다. 나는 그 속도에 어쩐지 가슴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든다. 전속력으로 나의 인생을 스쳐가는 사람을 나는 부러워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눈에는 더욱 초연한 눈빛으로 이 선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간 세상에 부대끼며 몸부림을 치고 발버둥을 쳐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곳으로 떠밀려 넘어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언제나 이 선로 부근을 서성이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잠겨 건널목에 우뚝 서 있는 나, ......나의 그림자도 어느새 이 선로 주변을 서성이는 것은 아닐까.
- 본문 <염원의 나라> 중에서(하라 다미키)-

 


책 속에는 체념적인 태도와 그것을 넘어서려는 용기와 희망이 엿보입니다. 가을이나 겨울에 읽으면 좋은 산문입니다. 일본문학에 입문하시는 분들께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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