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어느 날의 나, 이주란 : 현대문학 핀시리즈42 소설 후기, 좋은 문장 모음
만개의파랑
2023. 5. 29. 23:08
어느 날의 나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두 번째 소설선, 이주란의 『어느 날의 나』가 출간되었다. 주인공 ‘유리’가 3개월에 걸쳐 써내려가는 기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은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서로를 아끼고 살아가는 이들의 연대하는 삶을 덤덤하게 그린 소설이다. 2021년 『현대문학』 11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작품이다.
- 저자
- 이주란
- 출판
- 현대문학
- 출판일
- 2022.08.25
언제나 가볍게 읽기 좋은 현대문학 핀시리즈. 출퇴근 길에 가볍게 읽기 좋다. 소설 분량도 항상 150페이지 내외로 짧고 들고 다니기 좋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다채로운 내용이 있어 좋다. 사람사는 이야기부터 sf까지.
오늘 단 3시간? 만에 후딱 읽어버린 이주란 작가의 <어느 날의 나>. 특별하게 아주 긴 줄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잔잔한 내용. 주인공 유리와 함께 사는 언니, 그리고 유리가 자주 들르는 옛날에 살던 동네. 그곳에 드나들며 유리는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오간다.
책 속의 문장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
- 본문 중에서
인생이 합리적이기만 하면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상한 일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 걸 보면.
-본문 중에서
집으로 같이 돌아갈 이가 있다는 게 이렇게 마음 좋을 일인가.
많은 사람이 혼자 살고 싶어하던데 왜인지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자주 혼자가 되었고
그러면서 내가 이상한 건가, 생각했다.
혼자 사는 걸 싫어하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 하면 나약한 건가.
나약한 건 꼭 나쁘기만 한 건가.
사람들은 자꾸만 내게 스스로 일어서라고 말했다.
-본문 중에서
지나간 것을 너무 오래 돌아보지 말자고, 보고 싶으면 봐도 되지만 너무 오래 보지는 말자고 다짐하는 아침.
- 본문 중에서
물론 왜인지 온전히 편안한 인생은 아닌 느낌이 들지만. 이대로도 괜찮도록 살아봐야지, 할 뿐이야.
어느 날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날 괴롭히는 기억들이지만 대부분의 날들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갈 수 있는,
그런 일과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우리는 이런 비슷한 대화를 나누곤 했다.
- 본문 중에서
그가 세번째 멈춰 섰을 때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손톱달이었다. 그의 시선 끝에 손톱달이 떠 있었다.
달을 보려고 멈춰 서는 사람이라니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봤네요.
-본문 중에서
- 물론. 이제 내년이면 쉰 여섯 돼요.
- 그럼 작년에 입학하신 거예요.
- 그렇죠. 몇 살인지 물어봐도 돼요?
- 내년이면 서른여섯이에요.
- 젊어 좋겠다. 뭐든 할 수 있겠어.
- 근데 현실은......
- 그렇긴 한데 왜? 괜찮아요. 그냥 해요.
-본문 중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은 없다. 이제 나는 무언가에 대해 억지로 괜찮다는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 목표. 지난 날의 나를 잊으려는 것은 아니다.
-본문 중에서
- 먼 곳에 친구가 있으면 좋대요.
- 왜요.
- 여행할 이유가 되어준다고,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어요.
- 좋은 말이네요.
-본문 중에서
편안하게 아무 생각없이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타인과의 유대'가 키워드인 책이다. 나에게도 집으로 함께 돌아갈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